이 책은 공간과 경험, 브랜드와 일하는 방식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같은 손은 그 바깥에서도 움직였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엮는 일.
분야는 다르지만 묻는 방식은 같았습니다. 곡의 순서를 짜는 일과 공간의 동선을 짜는 일은, 내게 모두 시간 속에 감정을 배열하는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본문의 흐름에서 한 발 떨어져 있지만, 같은 시선이 다른 매체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여기 덧붙입니다.
음악은 내게 시간을 다루는 일입니다. 첫 곡은 세계로 들어오는 문이고, 마지막 곡은 그 하루를 어떤 기억으로 남길지 정합니다. 한 곡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늘 어느 한 장면이나 감정의 정점에서 출발해 각 파트가 전체 정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따집니다. 공연이나 발매는 결과일 뿐, 내가 붙든 것은 서사의 정합성과 감정의 흐름이었습니다.
이 사고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 MidnightEST입니다. 하루 24시간을 감정의 단위로 나눠, 시간대마다 한 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 우리는 이것을 한 권의 책처럼 상정하고, 각 곡이 하나의 시간대, 하나의 감정, 하나의 장면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음악 이상의 이야기이자, 감정 이상의 구조. 공간의 동선을 짜던 방식 그대로, 나는 하루를 곡으로 배열하고 있었습니다.
셔틀루프, 2005–present · 작·편곡, 멤버
영상에서도 나는 시간을 편집했습니다. 음악을 만든 사람이 영상을 함께 만들면, 소리와 장면이 같은 심장으로 뜁니다. 그래서 나는 영상이 무언가를 설명하기 전에, 그 감정을 먼저 도착시키는 쪽을 택했습니다.
서울아레나 착공식에서는 도시적 선언처럼 고조되고 가라앉는 곡을 행사 전체의 흐름과 함께 짰고, 카카오 데이터센터 준공영상에서는 기술적 신뢰 위에 따뜻한 여운이 스미도록 음악과 화면을 동시에 구성했습니다. 서예가 김시현의 전시 홍보영상에서는, 붓의 호흡과 잉크의 번짐이 그대로 들리도록 사운드를 짜고 편집을 거기에 맞췄습니다.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붓질이었습니다.
서울아레나 착공식·카카오 데이터센터 준공·김시현 전시 홍보영상, 2019–2025 · 음악·영상 통합 연출 / 셔틀루프 뮤직비디오 연작(The Anchor, Rise Up, This is a Winter Song 외), 2008–2015 · 연출·편집
웨일사운드스튜디오는 서울과 토론토를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연결된 독립 스튜디오입니다. 우리는 곡을 쓰고 가사를 만들고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을 함께 하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영상을 만들고 저작권과 재무까지 직접 다뤄왔습니다. 산업의 바깥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완결된 하나의 세계.
셔틀루프는 그 세계의 시작이었습니다. 2005년 홍대 클럽 씬에서 출발해 200여 회의 공연을 이어간 뒤, 오프라인 활동을 접고 온라인 중심의 창작으로 옮겨 세 장의 정규 음반을 녹음부터 유통까지 직접 만들었습니다. 내게 독립 음악이란 장르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끝까지 감정을 밀고 나가는 것. 돌이켜보면, 일하는 방식을 직접 짓는다는 이 책 마지막 장의 이야기는 사실 여기 음악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웨일사운드스튜디오, 2010–present · 대표·디렉터 · 공동창작자·레이블 운영자
매체는 달라도, 나는 늘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 속에 감정을 놓고, 그것이 한 사람의 기억으로 남도록 배열하는 일.
© Jinsan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