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험은 꾸며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느끼고 왜 다시 오는지를 먼저 읽은 다음에야, 비로소 설계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공간을 감각으로 채우기 전에, 사람의 행동을 먼저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여정을 세우고, 여정 위에 기억될 순간을 얹었습니다. 공연 한 번의 인상이 아니라, 도착부터 귀가까지의 전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하나의 얼굴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러 온 팬덤, 처음 와본 일반 관객, 프리미엄 라운지를 예약한 손님, 멀리서 온 외국인 방문객은 각기 다른 동선과 다른 기대를 안고 도착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페르소나로 갈라, 그들이 공연 전후의 시간을 실제로 어떻게 보내는지를 먼저 그렸습니다.
상상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일본과 북미의 공연장과 복합시설을 직접 돌며, 사람들이 어디서 줄을 서고 어디서 사진을 찍고 어디서 지루해하는지를 관찰해 인사이트로 정리했습니다. 좋은 동선은 책상 위에서 그려지지 않고, 실제로 걸어 본 사람의 눈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읽은 행동 위에서,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세웠습니다. 관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다시 관계로 이어지는 구조. 무엇을 보여줄지를 정하기 전에, 무엇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들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2025–present · 서울아레나 경험기획실 디자인팀장
여정은 결국 기억할 만한 몇몇 순간으로 완성됩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경험모듈'이라 부르며, 도착·대기·관람·체류·귀가의 각 지점에 환영·참여·기록·연결의 역할을 가진 단위로 설계했습니다.
이를테면 거쳐 간 모든 공연의 이름과 날짜를 벽으로 쌓아 올린 아카이브는, 대기 시간을 단순한 줄서기에서 이 공간의 역사를 읽는 시간으로 바꿉니다. 공연 전 두 시간 동안 창동의 골목을 걷게 하는 추천 루트는, 멀리서 온 팬의 빈 시간을 동네의 경험으로 채웁니다. 짐을 맡기고 공연 뒤 지역 거점에서 찾게 하는 보관 시스템은, 관람객의 몸을 가볍게 하면서 동시에 발길을 동네 가게로 흘려보냅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무엇을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넣지 않을지였습니다. 로비 한 구역에 모듈을 셋 이상 동시에 두지 않기로 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순간의 개수가 아니라 밀도가 경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들이 따로 놀지 않도록, 공간의 장치와 앱과 그 안에 쌓이는 행동의 기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습니다. 한 번의 인상이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다음 사람의 경험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순환. 다만 그 순환이 사람을 감시처럼 느끼게 해서는 안 되기에, 수집은 최소로 하고 동의를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2025–present · 서울아레나 경험기획실 디자인팀장
좋은 경험은 한 번의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도착부터 귀가까지 쌓인 시간의 총합입니다. 우리는 그 총합이 한 사람의 기억으로 남도록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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